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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시드니

호주 시드니 여행 - 뉴타운, 타운홀 트램, 한인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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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차의 날이 밝았다. 구자와 지은은 10시 출근이었고, 우리도 비슷한 시간에 나가려고 준비했다. 구자와 지은은 준비시간도 빠르다. 거의 둘이 같이 일어나서, 10분 만에 준비해서 나간다. 둘 다 피부가 워낙 건강하고 좋아서 그런지, 특별히 뭔가를 바르지도 않고 씻고 나간다. 그래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옆방에 살고 있는 쉐어생이 있었는데, 20살 정도의 여자로 한국에서 집은 안양이라고 했다. 나와 구자도 안양에 산다. 그 친구가 준 야채주스를 마시면서 휘와 나는 10시쯤 나왔다.

 

자주 가던 일식 우동집이 있다. 일식 특유의 간결함과 깔끔함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이다. 하지만 음식의 맛은 훌륭하다. 저렴한 가격대에 그곳은 시티에서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은 곳에 위치해있다. 오래전부터 종종 가던 곳이다. 줄을 서면 일자로 차례로 주문을 하고 튀김을 고르면서 줄의 끝에서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휘는 튀김우동을, 나는 드래곤우동?을 시켰다. 물론 생선튀김도 추가다. 자주 갔지만, 이름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라거나, 이름 조차 들은 적이 없다. 단지 일본우동 먹으러 갈까 하면 가는 곳으로 통했다.

 

시티에서 QVB라는 오래된 건물의 쇼핑몰을 구경하고, 케이트에게 줄 화장품을 샀다. 케이트는 버킨헤드 포인트에서 휘가 처음 일 할 때 만난 친구인데, 서로 선물을 종종 주고받는다. 그리고 케이트는 취향은 물론, 성향도 휘와 잘 맞는 친구다. 서로 편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주기적으로 만나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다. 케이트는 오페라하우스 근처의 한 카페에서 일을 한다. 얼마 전 케이트와 태희형은 오랜 고생 끝에 영주권을 받았다.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누군가가 그런 좋은 소식을 우리에게 마음 놓고 얘기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진심이기에, 기뻤다.

 

시드니 타운홀

 

트램이 운행하는 줄 알았지만, 아직 시험운행 중이라는 길을 지나가던 아저씨의 도움으로 우리는 케이트네 카페까지 걸어갔다. 걷는 중 길에 설치된 커다란 트리에서 사진도 찍었다. 날은 걷기에 시원하고 좋았다. 생각보다는 선선한 날씨였다. 30분쯤 걷자 카페에 도착했고, 둘은 반가운듯 껴안았다. 곧 점심을 먹을 거라고 해서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고,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정확히 30분의 브레이크를 지키고 케이트는 칼같이 들어갔다. 다음날 저녁 태희형과 함께 보기로 한 후 우리도 카페에서 나왔다.

 

크리스마스 트리, 마틴 플레이스

 

 

목요일에는 원래 윌과 크리스를 만나서 브라질리안 레스토랑, 츄라스코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주부터 윌의 레스토랑이 목요일에도 오픈을 하는 바람에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지난 8월 윌이 타즈마니아로 놀러 온다고 해서, 리조트를 예약했는데 결국 레스토랑 일로 인해 못 오게 되었다. 그 바람에 휘와 나는 둘이서 그 리조트를 무료로 이용했다. 윌의 생일도 있었기 때문에 시드니로 오는 길에 타즈마니아 잼을 주려고 사 왔다. 시티로 다시 걸어와 윌의 레스토랑이 있는 뉴타운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2011년, 나는 20대 초반에 호주에 왔었다. 그때 휘를 처음 만났었다. 당시 첫 일을 뉴타운의 한 레스토랑에서 했었다. 다시 호주에 온 후 몇번 가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없어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날 우연히 예전에 점심을 먹곤 했던 공원을 지났다. 그리고 그때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영어 한마디 못하던 어린 내가 앉아서 밥을 먹는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뜨거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윌에게 전화를 해서 레스토랑에 들리겠다고 했다. 아직 오픈 전이었고, 준비로 한창 바쁠 것을 알았지만 그때가 아니면 언제 볼지 몰랐기 때문에 찾아갔다. 윌의 레스토랑은 필리핀 식당이다. 바베큐 고기를 주로 하는 음식들을 제공한다. 인기가 꽤 좋은 곳이다. 윌이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정통 필리핀 음식을 하는 곳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윌의 가족은 호주에서 30년 넘게 요식업을 해왔다. 간단히 안부를 주고받고, 선물을 준 후 우리는 서둘러 나왔다. 오늘은 갈길이 멀었다.

 

Cebu Lechon, 윌 레스토랑

 

트레인을 타고, 스트라스필드에 갔다. 스트라스필드, 줄여서 '스트라'라고 부르는 이곳은 한인마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한식당이 즐비해있다. 국밥, 고깃집을 비롯해서 분식집, 식품점 등 정말 다양하다. 보통 호주의 가게들은 문을 일찍 닫지만, 이곳은 한국인의 특성을 담아 밤늦게까지 영업하고 사람들로 늘 가득하다. 우리는 '바삭'이라는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었다. 집에서 해 먹는 떡볶이랑은 다른 것이, 매콤하고 진했다. 휘는 어묵 국물이 그 차이라고 했다. 휘는 타즈마니아로 이사 간 후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요리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느낌이 든다. 반찬을 만들고, 좀 더 맛있게 그리고 순서에 맞춰 요리를 하는 휘를 보다 보면 나는 묻곤 한다. "너의 셀프이미지는 뭐니?"

 

스트라의 옆동네는 '버우드'이다. 이곳은 중국마을이다. 중국식당들이 길을 가득 매우고, 늘 사람들로 붐빈다. 면요리를 파는 식당들부터, 새끼돼지를 고리에 끼워놓은 식당들까지 다양하다. 이때즈음 우리는 다리에 무리가 오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 10시부터 걷고 걸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7시 정도였다. 버우드 쇼핑센터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시켜서 앉았다. 10시에 스트라에서 구자, 지은과 같이 일하는 다른 한 커플과 함께 만나기로 했었다.

 

더 걷는 것은 무리였다. 구자에게 때마침 연락이 왔고,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자 본인이 일하고 있는 이스트우드로 와서 차를 타고 집에 가서 좀 쉬다가 나오라고 했다. 딱히 고민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자리를 딛고 일어나 이스트우드로 갔다. 잠깐 나온 구자에게 차키를 받고 혼스비로 가서 침대에 누웠다. 8시가 조금 넘었었다. 한 시간 정도 쉰 후에 다시 나와서 스트라로 가는 트레인을 탔다.

 

구자네와 함께 만나는 커플은 7살 차이가 나는 연상연하 커플인데, 평소 자주 어울리고 재밌다고 하여 같이 만나게 되었다. 물론 다들 술꾼이라, 술을 잘 못하는 나와 나와 지내다 보니 술을 못하게 된 휘는 깍두기 같은 느낌이었다. '서비'라는 술집에 도착하자마자 안주들이 쏟아져 나왔다. 상당한 단골인듯했다. 아무래도 미리 전화로 주문을 했고, 시간에 맞춰 메뉴들이 나온 것 같다. 혼스비로 가는 막차가 12시였기 때문에, 2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부어댔다. 막걸리만 12병을 마시고 깔끔하게 일어났다. 사장님이 이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2시간 남짓의 만남이었지만 그 커플에게는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나와 휘, 구자, 지은은 혼스비행 트레인에 몸을 실었다. 평소에 트레인을 많이 타지 않았어서, Quiet Carrier라는 조용히 가야 하는 칸이 있는 줄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그 칸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술을 한잔씩 해서인지 조용한 느낌은 없었다. 구자는 졸고 있었다.

 

다들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구자는 항상 3초면 잠에 들었다. 겨울철 자동차 예열을 하듯이, 코에 시동을 걸면서 코를 골았다. 그렇지만 모두들 엄청나게 피곤했기에, 그 정도 소음은 다른 세상의 소리였다.

 

앞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https://adjstory.tistory.com/140

 

호주 시드니 여행 - 산불 후 시드니 공기는 어땠을까?

그 앞의 기록은 글로 남긴 적이 없다. 이야기 흐름에 도움을 주고자 우리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적고 넘어가겠다. 나와 휘는 2017년 4월 10일 호주 시드니로 이주를 했다. 이주라는 것이 적절한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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