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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시드니

호주 시드니 여행 - 산불 후 시드니 공기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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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의 기록은 글로 남긴 적이 없다. 이야기 흐름에 도움을 주고자 우리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적고 넘어가겠다.

 

나와 휘는 2017년 4월 10일 호주 시드니로 이주를 했다. 이주라는 것이 적절한 단어인지는 모르겠다. 실제로는 '이민'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릴지 모르겠으나, 합법적으로 이민을 완료하지 못했으므로 아마도 '이민 도전을 시작했다'라는 것이 올바른지도 모르겠다.

 

나는 2016년 7월, 휘는 2017년 2월 퇴사한 후 우여곡절 끝에 호주로 넘어왔다. 그 당시의 에피소드는 언젠가 좋은 글의 소재가 될 것이기에 차후로 남겨두겠다. 이 글의 주제는 제목처럼, 이번 시드니 여행기이다. 우리는 시드니에서 2년을 살고, 비자 조건을 맞추기 위해 타즈마니아라는 호주의 섬으로 이사를 했다. 그것이 6개월 전, 2019년 6월이다.

 

그리고 2019년 12월 10일, 바로 이번 주에 시드니로 4박 5일간의 여행을 갔다 왔다. 12월 10일 아침 8시 25분 비행기로 예정된 우리의 출발은 Jetstar의 연착으로 3시간 지연됐었다.

엔지니어링 이슈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는 같은 내용을 5분 간격으로 반복하는 안내방송은 가뜩이나 심기 불편한 사람들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듯했다. 하지만 취소만 되지 않는다면 그까짓 3시간 기다려주지 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는, 그 기다림 자체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멜버른으로 가는 비행기가 취소되고 우리의 비행기도 취소가 될까 상당히 불안했지만 - 나중에 듣고 보니 파업으로 인한 지연이었다. - 다행히도 3시간 후 비행기는 이륙했다.

 

최근에 시드니가 있는 NSW 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공기가 안 좋다고 뉴스나 친구를 통해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 날 시드니의 하늘은 내 기억 속의 늘 새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하얀 구름이 떠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매캐한 냄새마저 느끼게 하는 듯한 모습을 품고 있었다. 기장의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에 창 밖을 봤을 때도 나는 아직 구름 속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도착 10분 전 시드니 하늘

비행기에서 내린 후 정말로 매캐한 냄새가 났다. 정확히는 탄내가 났다. 이 날이 유독 심한 것인지, 요즈음의 날이 계속 이랬던 것인지는 당시에는 몰랐다. 내가 살던 시드니라고는 생각지 않을 만큼의 충격이었다. 흡사 예전에 몇 번 갔던 태국을 떠올리게 하는 꿉꿉함 마저 느껴졌다. 트레인을 타고 나와 휘는 시티를 향했다. 뮤지엄 역에서 내려 우리의 목적지인 꿔바로우 맛집으로 가는 중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6개월 전에는 아직 철망으로 가려져있던 트램이 Light Rail이라는 이름으로 운행을 하고 있었던 것, 둘째는 역시나 저 노오란 하늘이었다.

 

시드니 시티

 

어찌 되었든 길을 따라 내려가, 한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가던 중국식당에 도착해서 시푸드 누들과 꿔바로우를 시켰다. 역시나 맛은 근사했고, 기억 속의 맛이었다. 평소에 그 식당에 가면 반갑지는 않지만, 특유의 고개 끄덕임으로 인사를 해주던 중국 청년이 안 보였다. 조금 아쉬웠지만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우리는 미용실로 향했다. 휘나 나나 타즈마니아에서는 미용실을 가지 않았다. 나는 주로 혼자서 잘랐고, 사실 이것은 꽤 오래된 습관 같은 것이다. 마음에 꼭 드는 이발사를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고, 자주 머리를 깎는 것을 좋아해서 언제부턴가 혼자 자르기 시작했었다. 한인 미용실에서 휘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 나는 근처 세븐일레븐에 가서 1불짜리 커피를 마셨다. 타즈마니아에는 세븐일레븐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꼭 마시고 싶었다.

 

휘가 머리를 다 자른 모습을 보자 왠지 모르게 나도 자리에 앉았고, 결과는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소에 미용실 가라던 휘도 혼자 자르는 게 더 나은 것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체리빈이라는 카페에 갔다. 휘의 친구인 스타를 그곳에서 만났다. 스타는 휘가 일하던 카페에서 만난 친구로, 낯을 가리는 듯 하지만 털털한 듯 한 친구이다. 

 

스타와 헤어지고 예전에 살던 탑라이드 쇼핑센터로 버스를 탔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호주에서도 지역별로 버스의 느낌이나 가격 등이 다 다르다. 시드니의 버스는 파랗고 조금 신선한 느낌을 주는 반면에, 타즈마니아의 버스는 초록색과 노란색의 조합이다. 가격에서는 타즈마니아가 조금 더 저렴하다. 우리가 살고 지나던 길들을 지나, 탑라이드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짐을 끌고 다녔기도 했고, 평소 영화관을 너무 좋아했던 우리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Ford v Ferrari를 봤다. 

 

요즘에 영화를 보기 전에, 유투브를 통해 역사적 사실이나 의미를 공부하고 보곤 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대량생산을 통해 막대한 부를 얻은 미국을 대표하는 Ford와 전통을 중시하는 이탈리아의 Ferrari 사이의 경쟁을, 그리고 새로운 스포츠카를 만들어 도전하는 디자이너와 드라이버의 이야기, 철저한 자본주의 속에서 경주 자체의 의미가 아닌 실속을 챙기고자 하는 Ford 임원진 등 그때 당시의 이야기를 간략하게나마 알고 보는 영화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재미나다.

 

영화가 끝나니 9시 정도가 되었고, 드디어 기다리던 구자, 지은 커플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둘은 3년 전 호주의 한 농장에서 만나 연인이 되었고, 구자는 어릴 적부터 나와 동네 친구로 호주에서 살고 있다. 그렇게 구자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구자는 요리를 한다. 직접 일하는 가게에서 포장해온 족발을 먹었다, 족발은 나의 최애 음식이다.

 

구자가 만든 족발

 

나는 족발 v 매운 족발을 고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항상 그냥 족발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족발을 족발 김치에 싸서 한입 가득 넣는 그 맛은 정말이지 기가 막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족발을 한 번에 하나가 아니라, 두세 개씩 한입에 넣어서 와그작 먹는 그 느낌은 나로 하여금 눈을 감고 신음하게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든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일하는 곳에 관련된 것이다. 구자와 지은은 같은 곳에서 일을 한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 특히 운전할 때의 모습은 명콤비이다. 주차할 때 창문을 열고 자연스레 밖을 내다보는 지은과 그녀의 말에 따라 핸들을 움직이는 구자의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족발을 다 먹어치우고, 막걸리도 8병이나 마시고 잠을 잤다. 다음날은 구자와 지은도 쉬는 날이었기에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느 곳에 여행을 갔을 때,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또 그들이 나를 반겨준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아마 그때도 휘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잠들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https://adjstory.tistory.com/140

 

호주 시드니 여행 - 아울렛, 아사이볼

구자네 집은 혼스비에 있다. 혼스비는 시드니 시티에서 약 50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다. 시드니에는 시티 외에도 큰 쇼핑몰을 가진 지역들이 많다. 예를 들어, 혼스비, 탑라이드, 맥쿼리 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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