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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Book

김승호 -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중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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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은 한번의 독서로 이해하기엔 그 깊이가 깊고, 넓이가 넓다. 단기간의 독서로 이해하기엔 작가의 삶이고, 깨달음이다. 그리고 우리의 깨달음이다. 앞으로도 몇번이나 이 책을 더 읽게 될 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면, 오늘 읽었을 때의 느낌과 1년 전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내가 받아들이는, 그리고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 다르다. 

 

 

 

 

나이 오십 넘기고 보니

 

너무 걱정할 것도 없고, 자기편을 만들 필요도 없고, 나를 이해시키려고 설명할 필요도 없고, 이룬 후에 공을 취하려 하지 않고, 다 해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 행복해지는 비법이었다.

 

이렇게 하면 가진 것이 오히려 많아지고, 많아도 적이 없고, 적이 없기에 건강하고, 건강하기에 바른 생각이 들고, 바른 생각 때문에 옳은 결정을 할 수 있고, 옳은 결정 덕분에 많은 것을 갖게 된다. 왜 이런 것을 서른에 못 배우고 마흔에도 배우지 못했을까?

 

서른 나이의 독자가 이 글을 읽고 이 비법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나보다 20년을 앞질러가는 셈이다. 그러나 나이는 거저먹는 법이 없는가 보다. 나 역시 이런 소리를 서른에 들었다면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쳤을 것이다.

 

주변에 젊음을 부러워하기보다 나이 든 지금을 행복해하고 인생 후반을 즐겁게 맞이한 분들이 생각보다 제법 많다. 젊은이들은 젊다고 자랑하지만 그들이 나이들 때까지 산다는 보장도 없으니 늙어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멋지게 늙는 것처럼 인생에 멋진 것은 없다. 멋지게 젊은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말씀과 고전에 쓰인 가르침이 새삼 고마울 뿐이다.

 

 

 

제시간에, 제자리에, 바로 그때

 

모든 것은 제시간에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이 간단한 삶의 원리를 배우는 데 40년 넘게 걸렸다. 내 발바닥이 제시간에 제자리에 있을 때 나는 가장 굳건하게 서 있을 수 있고,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있을 때 제시간에 사용할 수 있기에 그 가치가 더해진다. 건전지 하나, 귀이개 하나도 제시간도 제자리에 있을 때 그 가치가 있다. 제시간에, 제자리란 바른 자리를 말한다.

 

이것은 정지가 아니다. 바른 자리에 있을 때 우린 가장 안전하고 오래, 그리고 높게 나아간다. 억지로 얼굴을 피고 잡아당기고 깎아내어 젊음을 가져온다 해도 더 나이가 들면 제자리에 있던 사람보다 추해진다. 늘어난 고무줄이 끊어지면 원래만큼도 못해진다. 뇌물이나 인맥으로 사업을 하면 처음엔 빠른 듯해도 결국은 바닥으로 내려앉게 된다. 성실과 정성으로 사업을 한 사람만 못하다.

 

운 좋게 대박을 쳐서 순식간에 돈을 벌어도 또 다른 대박을 찾아다니는 한, 그 돈은 사라져버린다. 시세에 따라 사고팔며 재주를 부려봐도 장기 주식 투자자들을 이길 수 없으며 1년에 한 차례씩 이사를 다니며 집장사를 해본들 한곳에 오래 살며 땅을 늘린 토박이들을 이길 수 없다. 

 

30대에는 뛰어다니는 것이 제자리고 40대에는 일어서서 일하는 것이 제자리다. 30대가 50대처럼 앉아 있거나 40대가 60대처럼 누워 있음은 제자리가 아니다. 반대로 60대가 30대처럼 뛰어다니는 것도 제자리가 아니다. 20대, 30대에는 선생들을 찾고 선배들을 찾아 열심히 뛰어다니고, 40대에는 그 배운 것을 가지고 응용하고 실천해 자기 영역을 쌓아나가야 한다. 마흔이 넘었어도 시작도 못하고 여전히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것은 제시간에 제자리가 아니다. 마흔에 이룬 것은 쉰에 정리하여 다지고 예순에는 젊은 리더에게 자리를 넘겨 타이틀은 버리고 실리를 얻는 것이 제시간에 제자리다.

 

제자리란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소리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기 가치를 극대화할 자리를 알아내어 그 시간에 그곳에 있음을 말한다. 제자리에 있는 것은 제자리에 없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시간에 제자리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 중용이고 이를 통해 삶을 조화롭게 할 수 있다.

 

지도자는 정치나 사업이나 종교 모두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겸손을 통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몸과 마음 모두 함께 제시간에 제자리에 돌아가 있으면 건간하고 평온해진다. 이것이 선한 것이고 이것이 순리다.

 

선하며 순리를 따를 때, 나는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 선이란 편한 공존, 이해, 관용을 바탕응로 움직이며 이는 모두를 이롭게 한다. 반면 악은 모두를 갈라놓고 모두를 내려앉게 한다. 제시간에 제자리로 돌아갈 때 비로소 이 모두를 이루게 된다. 누구라도 이 세상이 안전하고 평화롭기를 바란다면 제시간에 제자리에 있으면 된다.

 

우리의 지금 위치는 과거 자신의 행동의 결과이고 동시에 새로운 위치를 부여한다. 이 새로운 위치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과거 우리의 행동 결과가 기억을 남기고 기억은 욕말을 만들어내며 욕망은 또 다른 행동을 만들어내며 계속 자리를 바꾸어나간다. 바꾼 자리 안에서 제자리를 찾아내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다. 걸맞은 자리를 찾아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다. 

 

공자가 마흔 살에 망설이지 않게 되었고 쉰 살에 천명을 알게 되었다 말함은 제자리를 마음대로 찾아갈 수 있음을 뜻한다. 그리하여 겨우 일흔 살에야 마음대로 행동해도 그 자리가 제시간의 제자리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