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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시드니

호주 시드니 여행 - 서리힐, 한인식당 클라스, 태즈매니아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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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구자와 지은이가 출근을 준비하는 소리에 깼다. 역시나 준비는 신속하고 정확하다. 휘와 나는 구자, 지은과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4월에 다시 오기를 기약하며 그들은 문을 나섰다. 4월에는 다른 친구가 호주로, 정확히는 시드니로 신혼여행을 온다. 그래서 나와 휘는 4월에 다시 시드니로 오기로 했다. 이번엔 비행기 값이 정말 저렴했다. 편도로 $69이었다.

 

휘는 케이트와 약속을 잡았었다. 단둘이 만나고 싶을 것을, 그리고 그것이 평소에 둘이 만나던 방식이고 편하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나도 원하는 바였다. 휘도 먼저 나갔다. 구자네 집에 남은 건 나 혼자였다. 쓸쓸한 감정은 들지 않았다. 천천히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겼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방 정리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나왔다. 문을 열고 나왔다가 놓고 온 것이 없는지 다시 들어갔다. 베란다 문을 닫고, 구자네에게 쪽지와 조그만 선물(포포크림 2개)을 남기고 나왔다.

 

햇살은 따스했지만, 공기는 좋지 않았다. 첫날보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노란 하늘이었다. 케이트와 휘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나도 혼자서 커피를 마셨다. 혼스비에 앉아 있는데, 발메인 카페에서 앉아 있던 느낌은 들지 않았다. 조금 더 앉아 있다가 트레인을 타야지 했다. 휘는 혼자 있는 내가 신경쓰였는지 연신 연락을 해왔다. 나도 슬슬 자리를 일어나 트레인을 탔다.

 

첫날 자른 머리가 계속 신경쓰였던 탓에, 가는 길에 바버샵이 있으면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찾으면 없는 법이다. 센트럴 역에서 내려 휘가 알려준 카페로 걸었다. 오르막길을 가던 중 소변이 급했다. 근처에 한 그룹의 항공사 직원들이 호텔 앞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호텔 로비에 있는 화장실에 갔지만 잠겨있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걸었다.

 

서리힐이라는 동네이다. 뉴타운이랑 약간 비슷하지만 다르다. 약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밤에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 호주에 왔을 당시, 윌이 살던 동네여서 우리도 며칠 지냈었다. 반면에 서리힐에는 유명한 카페와 맛집들이 많다. 그래서 카페를 좋아하는 두 바리스타인 휘와 케이트는 만나면 종종 이곳에 온다. 마치 커피 순례를 하는 듯, 이 카페의 커피를 마셔보고 저 카페의 커피를 마셔본다.

 

서리힐

 

내가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둘이 헤어진 상태였다. 아쉬웠을테지만 둘은 씩씩하다. 가끔은 나보다 더 씩씩한 휘를 보며 미안하거나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외국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느낌, 보호받거나 기댈 곳이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특히나 힘든 일이 생기면 크게 다가온다. 그런 것들을 잘 이겨내는 휘를 보면 대단하다고 느낀다. 휘나 케이트나 덩치는 작지만 강하다. 

 

건너편에 휘가 보인다. 반갑게 인사한다. 이제 공항으로 가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점심 메뉴를 생각했다. 중식을 먹을지 한식을 먹을지 고민한다. 결국엔 아직 먹지 않은 국밥을 먹으러 간다. '서울리아'는 오래된 한식당이다. 규모도 크고 늘 사람들이 많다. 하나의 메뉴가 특색을 가질 만큼 맛있다고는 못하겠지만, 정갈하고 깔끔하다. 대체로 맛이 좋다. 우리는 분명 냉면과 돼지국밥을 시켰지만, 런치메뉴로 돈가스와 전도 함께 나왔다. 휘는 입이 짧은 편이다. 많이 먹지 못한다. 덕분에 나는 배부르게 먹는다. 휘가 남기는 음식들까지 다 먹다 보면 말이다.

 

서울리아



밥을 먹고도 시간이 조금 남았다. 달링하버를 걸었다. 달링하버의 밤과 낮은 다르다. 무엇이 더 좋은지는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둘 다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아직도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있고, 오랜 기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물들도 있다. 달링하버에는 추억이 많다. 아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달링하버에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달링하버

 

타즈마니아에 살기 전에는 비교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라고 해도 여행해본 곳들이 전부여서, 우리가 시드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랐다. 타즈마니아도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점점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를 알게 된다.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데에는 분명 단 한 가지의 이유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 이유를 알 수도 없다. 그렇지만 좋고 싫음을 느낄 수 있곤 한다.

 

5시 4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트레인을 탔다. 이제는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몸이 알고 있었다. 싹 씻고 푹 자고 싶었다. 휘는 다음날(오늘) 바로 출근을 해야 했기에, 비행기가 연착되지 않기를 바랐다. 다행히도 비행기는 제시간에 떴고, 우리의 룸메이트인 비킬이 공항에 데리러 왔다. 타즈마니아는 10도 정도였고, 시드니와는 확실히 온도차가 났다. 비행기에 내려다본 타즈마니아는 드넓은 자연이었다.

 

타즈마니아

비킬의 차를 타고 함께 맥도날드에 갔다. 호바트에는 우리가 자주 가는 맥도널드가 있고, 이곳은 24시간이다. 한 번은 새벽에 가봤는데 3명 정도가 있었다. 왜 24시간을 하는지 궁금했다. 휘는 늘 더블 치즈버거를, 나는 빅맥을 먹는다. 비킬은 인도인인데, 정말 착하고 깨끗하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서 살다 보니 다양한 스토리를 듣곤 한다. 비킬도 그중의 한 명이다. 

 

집에 도착했다. 짐은 내일 풀기로 하고, 씻고 영화를 보기로 했다. 휘는 새로 사온 커피빈으로 커피를 만들어보고 즐거워한다. 나는 그런 휘가 좋다. 영화를 보고 난 후 10시쯤 구자, 지은에게 영상통화가 왔다. 우리만큼이나, 어쩌면 집에 있던 사람들이 없어졌으니 더 허전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따뜻함을 느낀다. 사랑의 한 종류일 것이다. 올해 안에 이 곳에 구자네가 타즈마니아로 놀러 오는 글이 써졌으면 한다. 그 또한 즐거울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곳의 일상은 한국에서의 일상과는 사뭇 다르다. 나는 이제 휘를 데리러 갈 것이고, 우리는 장을 보고 집에 와서 저녁을 해먹을 것이다. 조용한 듯 바쁘게 돌아가는 이곳 생활은 다시 시작됐다.

 

앞 이야기: https://adjstory.tistory.com/142

 

호주 시드니 여행 - 냉면, 치킨, 차이나타운

금요일이다. 다음날이면 타즈마니아로 돌아가는 날이다. 구자와 지은은 아침에 출근했고, 우리는 마치 집주인인양 배웅을 했다. 휘는 다시 잠을 좀 더 잤고, 나는 영화를 봤다. 신의 한 수를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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